[오후 한 詩] 흑백텔레비전에 대하여/휘민

입력 : 2019-09-11 00:00:00

목이 긴 굴뚝을 빠져나온 연기가 고욤나무 우듬지를 지나 잘박거리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길 때 맥맥거리며 저녁을 부르던 어미 소의 억센 혓바닥에도 작두날에 잘게 부서진 옥수수 줄기가 가닿을 때 그즈음이면 만화도 다 끝나고 우리는 세 개밖에 안 되는 흑백텔레비전의 채널을 드륵 드르륵 돌려 대고 마당 귀퉁이에선 급히 마신 어둠 토해 내듯 울컥울컥 하얀 모깃불이 피어올랐다 둥글게 퍼지는 삼십 촉 전구 아래 모여 앉아 늦은 저녁을 먹던 날 모깃불 위에 던져진 갈맷빛 잎사귀들 마른 눈가 그렁그렁하게 하고 저녁을 다 먹고 멍석에 드러누워 찰진 옥수수 알 오물거릴 때 느려진 아버지의 부채질 사이로 잠결인 듯 들리던 계면조 진주라 천릿길을 내 어이 왔든고…… 안드로메다 그 멀고 먼 은하까지 덜컹, 덜컹, 달려가는 새하얀 연기 여름밤의 고요를 깨우며 어린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바큇자국을 남기고 간 먼 하늘의 기적 소리 그날 왜 세상은 눈금 많은 모눈자처럼 보였는지 달의 그림자 뒤에 가려진 밝은 폐허 매운 콧잔등에 얹힌 내 유년의 마지막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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