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노리는 PTSD.. '공포'를 떨쳐라

입력 : 2020-02-14 00:00:00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를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우려다. 바이러스뿐 아니라 공포도 전염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람들은 외출을 피하고 모임을 꺼리는 중이다.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더라도 지나친 불안감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정신건강이 나빠져 PTSD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나친 공포감… 몸과 마음 다친다


PTSD는 심각한 사고, 폭력 등 외상을 경험했을 때 나타나는 불안장애다. 환자들은 사고 장소에 가거나 사건·사고 당시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 거부반응을 일으켜 일상에 제약을 받는다.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휴정 교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면 생기는 병"이라며 "충격적인 경험이 주요 원인이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도 PTSD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장 위험한 사람들은 물론 감염 환자들이다. 홍콩 연합기독병원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감염병 '사스'를 겪었던 환자 1394명 중 약 절반에서 PTSD 증상이 생겼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역학학회에 게재된 메르스경험자 1692명 대상 연구 논문에 따르면 확진자 중 47.2%는 불안감, 52.8%는 분노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재난으로 인한 불안, 분노 등을 조기에 치료하면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내버려두면 PTSD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안감과 분노를 조기에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만 PTSD를 겪는 게 아니어서 문제다.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과 '사회적 낙인'을 간과할 수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민범준 교수는 "확진자, 의심환자, 확진자의 가족, 동료, 친구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며 "질병에 대한 공포감에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까지 더해지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건 전후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감염병 치료가 끝난 후에도 환자와 가족의 정신건강을 살펴야 한다.


◇PTSD, '의지' 문제 아냐


PTSD는 운동담당 '전두엽', 정신담당 '변연계' 등 뇌 부위를 활성화해 작은 자극에도 민감히 반응하도록 만든다. 외상의 강도와 종류에 따라 뇌 변형 정도가 결정된다. 허휴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PTSD는 한 달 정도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며 "하지만 그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문제가 있다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지의 문제라고만 생각해 PTSD를 내버려두면 우울증, 불안감 등이 심해질 수 있다. 자율신경계, 면역계 등에도 악영향을 끼쳐 전신 건강까지 나빠질 수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 교수는 "고혈압, 협심증, 위염 등 위험도도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며 "PTSD 환자 중 39.1%는 증상이 장기적으로 남는 만큼 조기에 치료해 만성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숨기지 말고 적극 치료


국내 PTSD 환자는 7896명으로 생각보다 적다. 이는 자신이 환자인 사실을 모르거나 숨기기 때문이다. 민범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건강을 선뜻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어 PTSD를 포함한 전반적인 정신질환 유병률이 외국보다 낮다"고 말했다.


불안감에 감염병과 관련된 정보를 계속 찾는다거나, 공포감을 조성하는 장소를 지나칠 정도로 피해 다닌다면 PTSD를 조심해야 한다. 특히 격리자 중 자책감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검사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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